우주가 만든 걸작 / 김용기 천문학자

좋은 생각 7월호에 실린 천문학자 김용기씨의 인간이란 ‘우주가 만든 걸작’이라는 글에서 스스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 생각을 하면서 힘을 얻는다고 한다.

우주가 만든 걸작

김용기 천문학자

매년 대학에서 천문학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신입생들을 만난다. 초등학생 때부터 망원경을 가지고 다녔다는 학생부터 전국 천문대를 돌아다녔다는 학생까지. 문득 나는 어떻게 천문학자가 되었는가라고 돌아본다.지체장애 2급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하는 나는 한의대에 들어가려 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약대 필기시험에 합격했지만 신체검사에 합격하지 못하는 좌절을 겪었다. 서울의 어느 약대도 나에게 시험을 볼 자격을 주지 않았다.우주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막연히 연세대 천문기상학과에 도전했고 1차 신체검사, 2차 정밀검사, 3차 정밀진단을 받았다. 학과 교수가 장애인에게도 공부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나는 드디어 대학생 배지를 달 수 있었다.그곳에서 빅뱅(우주의 탄생을 가져온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지 137억 년의 역사를 1년으로 환산하면 인류는 12월 31일 오후 늦게 출현했다는 사실을 배웠다. 우주는 364일 23시간 동안 별과 은하 등 만물을 만들어 놓은 뒤 인간을 이 지구라는 행성에 출현시킨 것이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내가 우주가 낳은 걸작이라니!” 그동안 열등감에 눌려 살아온 나는 스스로가 귀하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아무도 나를 몰라준다고 비난하고 화났어. 지금은 신경 쓰지 않아도 내가 귀한 존재임을 안다. 그러자 모든 면에서 자유로워졌다.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독일에서 유학한 나는 잠시 한국으로 돌아왔다.대학로에서 한 여자를 만났다. 1년간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교제했고,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어 혼수품을 사서 귀국했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님의 반대로 쓸쓸히 독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그 일을 겪고 나니 박사학위를 따고 뭘 하나 싶었다. 인생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우주가 만든 걸작이니까. 그 생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견뎌냈다. 이후 지금의 아내를 만나 2남 4녀의 아버지로 살고 있다.천문학을 배우면서 내가 우주가 만든 훌륭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요즘도 큰일이 나면 그 사실을 떠올리며 나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내가 연구하는 천문학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하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과학을 통해 내가 누리는 행복이자 위로라고 할 수 있다.오늘은 태양을 보면 구성원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고 그들을 살게 하는 멋진 리더의 모습을 배운다. 나도 태양 같은 리더가 되자고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