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의 수·배송을 위해 1대의 화물차에 최소 1명의 운전자를 배정해야 하는 화물운송시장에서 자율주행 화물차의 등장은 경영, 거래구조, 고용 등의 측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화물운송시장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효과적인 도입과 시장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 화물자동차 운송시장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한 지원정책과 대응전략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
접어들면서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스마트화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우리의 사회경제적 환경과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첨단 신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이러한 변화 중 대표적인 사례로 무인화 또는 자동화에 따른 인력 투입 감소를 들 수 있다. 화물 운송 서비스를 포함한 물류 부문은 전통적으로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며, 각 활동 영역별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업무가 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과 함께 자율주행, 드론, 상하역 및 분류 로봇 등의 발달은 이러한 각 과정별 사람의 업무를 기계로 대체시킨다. 다시 말해 물류의 운용 주체가 사람에서 기계와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특히 화물의 수·배송을 위해 1대의 화물차에 최소 1명의 운전자를 배정해야 하는 화물운송시장에서 자율주행 화물자동차의 등장은 경영, 거래구조, 고용 등의 측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부문 자율주행기술 발전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로이터이벤츠가 실시한 조사결과 1)은 블록체인,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드론 등이 현재 물류분야 판도를 바꿀 대표적인 기술로 꼽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DHL이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글로벌 물류 동향 분석과 전망에 따르면 2025년 이전 물류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주요 기술로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 로봇 및 자동화, 인공지능과 함께 자율주행차가 포함된다.
중장거리 간선 수송에서의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많은 물류기업과 자동차 제조사들이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상당한 기술 발전이 이뤄져 왔다. 2016년 스카니아는 선두차량 운전자가 운전하는 군집주행(반자율주행)으로 스웨덴~네덜란드 간 화물운송에 성공했으며, 2) 한국에서도 연차별 사업을 통해 군집주행 기술 개발과 적용, 실제 시연 등을 통해 자율주행 화물차 운행을 적극 준비하고 있다. 스트래티지앤(2018)은 자율주행 기술로 화물자동차 활용이 현재 수준의 약 2.7배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3) 자율주행 기술이 운행시간 제한을 극복시킴으로써 화물차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는 화물차 운전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자율주행 기술은 경로 효율화는 물론 군집주행의 경우에는 공기저항 최소화 등을 통해 연료소비를 최소화함으로써 비용절감과 함께 환경영향에 대한 업계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맥킨지앤컴퍼니(2018) 분석팀은 자율주행 화물차 기술 적용을 통해 제한적인 군집주행부터 완전자율주행 구현까지 10년 정도의 기간을 예상했으며, 최종 단계 완전자율주행 적용을 통해 전체적으로 45% 정도의 비용절감을 예상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화물운송시장 동향조사’에 따르면 화물자동차 운수 종사자인 화물차주의 평균 연령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평균 50대 중후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향후 영업용 화물자동차의 교통안전, 인력전환 등에 관한 이슈가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화물차는 화물자동차 운송시장 자체는 물론 물류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 등의 다른 운송 수단 운영자에게는 강력한 경쟁 상대로 부상함과 동시에 효과적인 복합 운송을 위한 잠재적 협력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또 창고 및 물류센터와 풀필먼트센터 운영 측면에서도 운영 방식, 비용 구조, 입지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화주는 공급망 관리 및 운영에 있어 생산성, 효율성,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자와 운수종사자에 한해 살펴보면 결국 자율주행 화물자동차를 이용하는 간선운송의 발달은 자율주행차량 구입이나 운영체계 구축과 관련한 상당한 자본지출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전천후 운행, 피로로 인한 교통사고 극복 등으로 운송사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 절감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화물차 활용 공동화도 유도해 효율적인 복화와 공차율 감소 등으로 화물운송업의 효율성과 경쟁력 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화물알선업의 역할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화물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과 공유가 확대되어 전통적인 화물 알선업의 기능과 성격의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여기에 완전자율주행에 가까워질수록 운전자 수요가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화물차 운수종사자인 운전자의 고용시장을 육박하는 변화도 물론이다.
국내 화물자동차 운송시장과 자율주행 화물자동차 한국의 도로화물 운송분담률은 90%를 넘어 대부분의 화물운송을 위한 의존도가 화물자동차에 집중되어 자연스럽게 화물자동차 운송산업의 중요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서비스 품질에 기반한 화물 운송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미래의 지속 가능한 시장 발전을 위해 강조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화물 운송 시장은 영세하고 노동 집약적이며 위험하고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도 2018년 기준 전체 물류산업 대비 화물운수업 매출액, 기업체 수, 종사자 수를 살펴보면 각각 47.8%, 98.7%, 85.4% 수준으로 나타나 시장의 영세성과 노동집약성이 드러난다. 아직 국내에서는 운전자 부족 문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화물자동차 운전을 통한 업무 과중과 과로, 사고 등으로 점차 기피 산업군으로 분류돼 현재 종사자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미국, 일본 등과 같은 운전자 부족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화물운송시장 동향조사’에 따르면 화물자동차 운수종사자인 화물차주의 평균 연령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평균 50대 중·후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영업용 화물자동차의 교통안전, 인력전환 등에 관한 이슈가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도 운전자 고령화, 인력 부족, 인건비 상승, 주행시간 규제, 교통사고 증가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자율주행 기술의 도입과 적용이 요구된다.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사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자율주행 기반 교통물류체계 상용화를 위해 6월 말 ‘제1차 자율주행 교통물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자율주행 교통 물류 서비스를 위한 기술 고도화와 실증 환경 조성, 해당 사업 환경 조성, 자율주행 안전성 강화 및 기술 수용성 향상, 자율주행 교통 물류 생태계 구축을 주요 전략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초 국토부는 2018년부터 진행해 온 자율주행 기반 화물차 군집주행 기술개발 성과를 발표하고 실제 화물차 4대의 자동협력 군집주행을 시연했다. 영동선 덕평IC~원주IC, 중부내륙선 서여주휴게소~여주JC까지 약 80㎞ 구간에서 이루어졌다. 지난해 시연에 비해 군집주행 대상 차량 대수, 시연 구간 거리, 운행 속도를 모두 늘리고 차량 간격은 줄이는 등 한층 발전된 기술 성과를 보여 군집주행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이 오래전부터 기술을 발전시켜 온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르게 뒤쫓는 셈이어서 향후 기술 진보 속도도 기대된다.
자율주행 기술 도입 준비 및 시장 수용성 제고 중장기 전략 필요 KPMG(2020)는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자율주행 차량 준비 지수(Autonomous Vehicles Readiness Index)를 평가해 발표했다.4) 싱가포르 네덜란드 노르웨이 미국 핀란드 스웨덴이 상위 6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종합 7위에 올라 지난해 13위에서 한층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30개 대상국 중 자율주행차의 실제 도입과 적용을 위한 정책과 규제 수준은 16위에 그쳐 제도적 규제로 자율주행 실증이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1위를 차지한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자율주행 차량 실증을 위한 법제 및 기준 마련, 시범운영지구와 지원금 확대를 위한 예산 확대 등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자율주행 교통물류 기본계획 등을 통해 향후 법·제도적 미비점에 대한 순차적 규제 정비와 활발한 자율주행 실증사업 수행이 더욱 요구된다. 이에 더해 시장 주체와 국민의 인식 전환은 물론 도로 개발과 토지 이용 패턴의 변화도 요구된다.
그러나 실제 화물운송시장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효과적인 도입과 시장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 화물자동차 운송시장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한 지원정책과 대응전략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 이는 시장 본연의 영세성을 극복하고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차원과 차량 및 고용 측면에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점진적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차원을 포함해야 한다.
자율주행 화물차 도입으로 화물운송시장 이해관계자에게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비용이다. 자율주행 화물차 활용을 통해 인건비와 연료비 절감 등이 기대되는 반면 기존 화물차에 비해 자율주행 화물차 가격이 2~3배를 훌쩍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차량 및 부품 가격 인하를 가능하게 하겠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수익 창출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게다가 이 시장은 대다수 영세한 개인사업자로 구성돼 자율주행 화물자동차 도입이 쉽지 않다. 따라서 자율주행 화물자동차 도입 지원금을 검토해 볼 만하지만 단기적인 방법에 불과하다. 중장기적으로는 화물운송사업자 규모화가 요구되면서 고가의 자율주행 화물자동차를 빌려주고 기술적 관리를 책임지는 새로운 주체로서 ‘(가칭) 화물자동차 임대·관리업’ 신설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준비할 만하다.
또 자율주행 화물차 도입은 현재의 시장수급조절제와 반입제 등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자율주행 화물차의 하루 24시간, 일주일 7일 상시 운행이 가능해지면 시장 내 차량 수급 변화가 불가피해 현재와 같은 반입제 유지 필요성도 약화될 것이다. 이에 기존 시장 내 차량과 사업허가에 대한 구조조정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율주행 화물자동차 도입은 앞서 <표1>에서 보았던 것처럼 기술발전 및 적용단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결국 무인 완전자율주행 실현을 상정한다. 취업 기피와 고령화 등으로 인해 어느 시점에서 한국도 화물차 운전자의 인력 부족 문제가 발생할지, 그 시점이 자율주행 기술의 어느 단계와 맞물릴지는 알 수 없지만 기존 화물차 운수종사자의 일자리 전환에 대한 면밀한 시나리오 검토에 기반한 로드맵 마련이 요구된다.
1)ReutersEvents(2018),”2018GlobalLogisticsReport”, p.7, 전 세계 313개 조사 결과 정리·녹화 2)KTH(2016년 4월 14일), https://www.kth.se/en/aktuellt/nyheter/researchers-have-come-a-long– way-with-self-driving-trucks-1.642722(2020년 9월 20일), Strategy&(2018년 9월 20일),”Trucking4.0:Anautonomousvehicleecosystem”, http://www. youtube.com/watch?v=94cvD_rnQts&feature=youtu.be(2020.10.10.)4)KPMG (2020), “2020 Autonomous Vehicles Readiness Index: Assessing the preparedness of 30 countries and jurisdictions in the race for autonomous vehicles”
지음 : 이지선 /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시장·산업혁신연구팀장 출처 : 한국교통연구원 월간교통